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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생존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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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토토아저씨입니다. ^^ 이번 주에는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덩케르크]를 다뤄볼까 합니다. 아직 개봉 중인 영화라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알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 아니라면 영화를 본 후에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그린 작품입니다. 1940년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900척의 선박으로 철수시키는데 성공한 작전으로 민간인 덕분에 군사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실제 사건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실화입니다.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로 더욱 화제가 되었죠. 최초로 현실 속 실화를 연출하는 작품이라 세계적인 기대를 모았습니다. 인셉션과 매드맥스의 톰 하디,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킬리언 머피가 출연하고, 영국을 대표하는 팝그룹 One Direction의 멤버 해리 스타일스도 우정 출연을 해주었습니다. 제작진으로는 인셉션과 다크나이트의 기획자인 엠마 토머스와 인터스텔라의 기획자인 제이크 마이어스가 기획에 참여했고, 매드맥스의 앤드류 잭슨이 시각효과를, 인터스텔라의 호이테반 호이테마가 촬영을,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아 더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죠.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두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바로 '군함도'인데요. 두 영화는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둘 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극이요, 구출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비슷한듯 하지만 두 영화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메시지 면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영화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군함도는 '탈출영화'이고, [덩케르크]는 '구출영화'입니다. '군함도'는 국가가 주권을 상실하여 국민을 지켜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군함도에 갇힌 사람들, 국가의 구원으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은 스스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탈출합니다. 독립군에서 박무영(송중기 분)을 보내지만 임무는 윤학철 한 사람을 구출하는 일일 뿐. 국민은 철저히 버려진 상황이죠. [덩케르크]는 40만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국가가 나섭니다. 그리고 국가의 힘만으로 부족하자 민간인을 동원하죠. 국가와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병사들을 구해내는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구출영화'인거죠. 

 

우리에게도 비슷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흥남철수 작전입니다. 6.25 당시 부산까지 퇴각한 후 더 이상 퇴로가 없게 되자, 흥남부두에서 10만여 명의 군인들을 구출해낸 사건이죠. 한국군과 연합군이 함께 힘을 모아 성공시킨 구출작전이었지만, 우리의 역사는 좀 씁쓸한 면이 있습니다. 미군에 의한 구출이었고, 무엇보다도 군인들은 대부분 구해냈지만 민간인 대부분은 버려졌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그곳에는 10만여 명의 군인 뿐 아니라 30만 명의 피난민이 있었는데, 피난민 중 9만여 명은 한국군 지휘관들의 강력한 요구로 구출해냈지만 나머지 민간인들은 구해내지 못했죠. 

 

영화를 본 분들의 평이 크게 나뉩니다. '역시 놀란 감독이다!'라는 찬사도 있지만, '이게 영화냐 다큐지!'라는 부정적인 평도 많습니다. 사실 영화 [덩케르크]는 전쟁을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쟁 영화는 아닙니다. 일반적인 전쟁 영화를 기대한 분들은 실망이 클 겁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기대한 분들도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잉글리쉬 페이션트'와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보신 분들은 대만족일 거라 생각합니다. 전쟁을 전투보다 사람에 촛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말이죠.

 

[덩케르크]는 놀란 감독의 관점으로 전쟁을 해석한 영화입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에는 늘 '시간'과 '공간'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끌어가는 중요한 소재이고, 소재 그 이상이기도 합니다. 전작 ‘다크나이트’에서는 가상의 고담시를 만들었고, ‘인셉션’에서는 '꿈'의 공간을,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와 '블랙홀'의 공간을 스크린으로 재현해냈죠. 이번 영화 [덩케르크]를 통해서는 역사 속 실제 시간인 1940년 5월 26일, 덩케르크 해안과 도버 해협이란 공간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그럼 영화 속으로 좀 더 들어가 볼까요?

 

<알아야 보이는 것>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에서의 역사적 사건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연출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영화 [덩케르크]에는 세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실화보다 실화 같은 연출 놀란 감독은 영화 [덩케르크]를 통해서 "관객이 직접 해안가에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관객을 전투기 조정석에 앉히고 싶었고, 소형 선박 갑판 위에 서 있게 하고 싶었던 겁니다. 리얼리티는 극대화하기 위해서 놀란 감독은 이러한 연출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연출로는 실제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오디오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비주얼이 주가 되고 오디오가 비주얼을 뒤받쳐주기 위해 존재하지만, [덩케르크]는 반대로 오디오가 주가 되는 영화입니다. 오디오가 전체를 이끌어가고 오히려 비디오가 오디오를 뒷받침하는 듯 느껴집니다. 영화 음악이라기보다는 음향 효과에 가까운 오디오가 영화 전반에 걸쳐 깔려 있는데요. 

 

놀란 감독은 영화 '프레스티지'에서 셰퍼드 음(Shepherd Tone)이란 음악적 현상에 맞춰 각본을 썼습니다. 셰퍼드 음(Shepherd Tone)이란 인지 과학자 로저 셰퍼드가 발견한 일종의 청각적 착각 현상으로 음이 끝없이 올라가거나 혹은 끝없이 내려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무한 반복되면 피치가 계속 상승한다는 환상을 만들어내죠. 테크노 음악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와 인셉션에서도 이러한 셰퍼드 음을 썼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 시간의 상대성을 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파이프 오르간을 택했고, 인셉션에서는 에디뜨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을 테마로 셰퍼드 음을 만들어냈고요. 

 

이번 덩케르크에서 한스 짐머가 선택하여 놀란에게 제안한 것은 회중시계였다고 합니다. ‘시간’=‘생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덩케르크에서 영국군이 직면한 적은 독일군이 아니라 바로 시간이었을 겁니다. 탈출은 전선이 뚫리기 전에 이루어져야 했고 그만큼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던 거죠. 회중시계의 째깍 소리는 죄여오는 죽음을 표현하기에 충분해보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깔려있는 음악은 음악이라기보다는 군인들의 심장 고동처럼 들립니다. 이 심장소리와 같은 음악을 중심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면서 실제와 같은 영상으로 덧칠을 해나갑니다.

 

그 어떤 피 튀는 전쟁영화보다도 긴장감이 높은데요. 영화 [덩케르크]의 OST에는 노래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목소리에 감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 관객의 어떤 감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인위적인 장치를 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다른 어떤 기성의 음악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딱 한 곡이 있다면,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계끼 변주곡’ 중 9번 변주인 ‘님로드’를 썼죠. ‘조국’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숨통을 틔워주고 모든 사건이 하나로 모아지는 타이밍에 사용했습니다. 덩케르크 자체가 거대한 감정으로 가득 찬 사건이기 때문에 영화 내에서 음악을 통해 추가적인 감정 표현을 절제한 거죠. 한스 짐머는 그나마도 ‘님로드’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변형 가공해서 영화 속에 배치했습니다. 

 

그다음이 비디오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된 것처럼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엑스트라를 동원하는 비용보다 CG가 싸기 때문에 많은 군중이 나오는 장면은 거의 대부분 CG를 사용합니다. 첫 장면과 영화 전반에 걸쳐 나오는 군인들을 CG로 복사하지 않고 실제 엑스트라 1300여 명을 동원하여 촬영했죠. 

 

비행기도 보통은 CG를 사용하는데 놀란은 실제 당시 전투기를 구입하여 촬영에 사용했습니다. 실제 비행을 하며 촬영을 했고요. 비행기 전투 장면을 보면, 적기를 조준하여 맞추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전투였으니까요. 조준하기 힘든 그 상황을 관객도 똑같이 느낍니다. 마치 게임을 할 때처럼 몸이 조여지는 느낌을 받죠. 이유는 1인칭 시점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덩케르크]는 1인칭 시점이 부각되어 있습니다. 공중전에서도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관객이 마치 자신이 조준하여 적기를 쫓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죠. 영화 시작의 첫 장면에서 독일군을 등 뒤로하고 도망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작 이 장면에서 독일군은 나오지 않습니다. 도망치는 영국군 병사 한 사람씩 등에 총알이 꽂히며 쓰러지는데 관객은 조마조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 역시 1인칭 시점인데요. 도망치는 군인의 시점입니다. 총성만 들리고, 한 사람씩 쓰러지게 되는데요. 총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등 뒤에 총알이 꽂힐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피 한방울 보여주지 않지만 1인칭 시점을 통해서 더 실감 나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죠. 

 


데칼코마니와 같은 대칭 구조 모든 영화는 대립과 갈등의 구조가 있습니다. 그래야 긴장감도 있고 재미도 있기 때문이죠. 영화 [덩케르크]에도 이러한 대립의 구조가 있습니다. 

 

첫 번째 대립구조는 ‘살고자 하는 사람’ vs ‘살리고자 하는 사람’의 대립입니다. 일반적인 전쟁영화는 아군과 적군의 대립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 [덩케르크]는 같은 편 내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 vs ‘살리고자 하는 사람’의 대립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름도 소개되지 않은 이름 없는 병사, 자신만 살겠다고 영국으로 배를 돌리라고 외치던 병사(킬리언 머피)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덩케르크로 배를 몰고 가는 선장, 도슨(마크 라이런스)의 대립입니다.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배가 꽉 찼다고 다른 병사들을 안 받아줍니다. 보트가 뒤집어진다고 물에 빠진 병사들을 외면하죠. 군인인데 말이죠. 참 아이러니하게도 ‘살리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리려고 갑니다. 민간인인데도 말이죠. 

 

 

이런 대립 상황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보트씬입니다. 배를 돌리라고 다투던 과정에서 밀어낸 병사와 밀쳐져서 사고로 죽게 된 조지의 갈등도 이러한 대립을 그리고 있죠. 영화 전반에 걸쳐 이 두 집단의 대립이 나옵니다. 덩케르크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모든 병사들은 ‘살고자 하는 사람’이고, 덩케르크를 향해 가는 군인과 민간인들은 모두 ‘살리고자 하는 사람’이죠. 이러한 대립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놀란 감독은 영화 100분 내내 독일군을 단 한 명도 등장시키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대립구조는 ‘살고자 하는 영국 군인’과 ‘살고자 하는 프랑스 군인’의 대립니다. 프랑스 군인들은 덩케르크에서 영국군이 탈출할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해안을 사수합니다. 그런데 영국군은 영국 군인만을 먼저 구출하고 프랑스 군인은 외면합니다. 오히려 프랑스 군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영국 군인만 살아남으려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놀란 감독은 이러한 대립 구조와 장면을 통해 어떤 생명이 더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립 구조 속에서 좀 더 섬세한 대립구조가 나옵니다. ‘(타인을 희생시키고서라도) 나만 살고자 하는 사람’ vs ‘(타인을 도우며) 함께 살고자 하는 사람’의 대립입니다. 프랑스 군인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군인과 프랑스 군인을 도우려는 군인이 나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 군인을 구하려던 그 군인도 영화 내내 자기 한 몸 살리고자 아픈 병사를 이용하기도 하고, 배에 몰래 올라타기도 하던 군인입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탈것을 먼저 새치기 한 셈이죠. 보통 새치기가 아니라 생명을 새치기 한 것입니다. 프랑스 군인을 희생시키고 혼자 살겠다고 한 군인과 무엇이 다를까요? 과연 타인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할만한 자격이 있는지. 놀란 감독은 누가 선하고 누구를 악하다고 감히 판단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판단할 수 있는가. 얼핏 보면 전장터에서 도망쳐 자기 한 몸 살자고 몸부림 치는 군인들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민간인 신분임에도 군인들을 살리고자 사지로 배를 몰아가는 사람들은 위대해보입니다. 그러나 놀란 감독은 그런 이분법적 사고를 배제합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이런 메시지가 흐르고 있죠. ‘우리는 당신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무라지도 않는다.’고요. 그리고 ‘우리가 당신들을 구하는 이유는 다음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당신들이 무너지면 다음 은 조국의 땅이다. 우리가 당신들을 지키는 것도 그 이유다’라고요. 누가 누구를 비판하고,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돕는 구조가 아닙니다. 타인을 돕는 것이 결국 나를 돕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 [덩케르크]는 일반적인 영화의 대립 구조보다는 대칭 구조가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대립의 집단과 인물이 일반적인 대립구도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서로 ‘닮은 꼴’을 하고 있죠. 마치 미술에서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참 놀란 감독다운 관점이죠.

 

영화 [덩케르크]에서 인물들은 두 방향을 향해 움직입니다. 탈출하는 군인들은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구출하는 민간인들은 영국에서 프랑스로. 화살표 방향으로 표시해보면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구조죠. 

 

영화 [덩케르크]는 이 작품 내에서만 대칭구조를 갖는 것이 아니라 놀란 감독의 전작과도 대칭의 장면이 있습니다. 작은 어선 안에서 살기 위해 ‘누가 희생양이 될 것이냐’는 주제를 두고 갈등하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은 다크나이트에서 투페이스가 죄수를 실은 배와 일반인을 실은 배를 강 위에 멈추게 하고, 양쪽에 상대 배의 폭탄을 점화시킬 버튼을 주어 갈등하게 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 놀란 감독은 죄수들이 폭탄을 먼저 점화시킬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예상을 뒤집죠. ‘과연 누가 악인인가’ 놀란 감독은 이 장면을 데자뷰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삶에 대한 시비(是非)와 희비(喜悲)의 교차  영화 [덩케르크]는 음악의 비중이 50%, 편집의 비중이 50%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놀란 감독답게 교차편집을 아트의 경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란 감독은 교차 편집의 달인입니다. 교차 편집이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건을 교대로 보여주는 편집 기법을 말하는데요. 긴장감을 높이는데 효과적이어서 액션 영화나 추리극에 주로 많이 쓰이죠. 놀란 감독은 거의 모든 작품에서 교차편집을 화려하게 사용해왔습니다. ‘인셉션’이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Dream in a dream’ 현실과 꿈속 공간, 그리고 그 꿈속의 꿈의 공간을 교차편집으로 왔다 갔다 하며 보여줍니다. 어린 관객들은 이런 교차편집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인터스텔라’에서도 교차편집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영화 ‘메멘토’는 거의 교차편집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 같기도 합니다.

 

영화 [덩케르크]는 3개의 시간과 공간이 교차됩니다. 첫째 시간과 공간은 육군 병사 토미(핀 화이트헤드)가 악전고투 끝에 덩케르크 해안을 탈출하는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기를 쓰고 탈출하지만 결국 해변으로 다시 돌아오죠. 토미에게 있어 덩케르크는 마치 영원히 탈출할 수 없는 공간 같습니다. 고통이 무한 반복되는 지옥과 같은 곳이죠. 둘째 시간과 공간은 민간인 선장 도슨(마크 라이런스)이 영국에서 덩케르크까지의 오는 하루 동안의 항해입니다. 인물의 대립 구도를 잘 보여주죠. 또한 전쟁에 대한 다른 관점을 말해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셋째는 공군 파일럿 파리어(톰 하디)가 영국에서 덩케르크까지 전투를 하며 오는 한 시간의 이야기입니다. 각각 육지, 바다, 하늘을 배경으로 하면서 3개의 공간의 대비하며 보여줍니다. 

 

영화는 각각 세 개의 사건이 소요되는 시간을 자막으로 보여줍니다. 세 장면의 출발점이 모두 낮 시간이어서 마치 동일한 시간대에 발생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토미가 밤중에 해변을 탈출하기 위해 이 배 저 배를 전전하는 장면에서 세 개의 사건이 동일한 시간대가 아님을 일깨워주죠. 이렇게 다른 공간을 교차 편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의 시간이 각각 일주일, 하루, 한 시간일 때는 편집하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관객이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느끼기 쉽죠. 그럼에도 놀란 감독은 완벽한 편집을 통해 영화를 매우 자연스럽게 이끌어갑니다. 

 

이러한 교차 편집을 통해 놀란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땅, 바다, 하늘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지상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은 다릅니다. 처한 상황도 다르고 각자의 역할도 달랐죠. 시비(是非)와 희비(喜悲)가 엇갈렸습니다. 삶과 죽음이 갈리기도 했고요. 생각과 감정, 삶과 죽음이 교차되었지만, 그곳에 있었던 인물들이 가졌던 생각과 느꼈던 감정은 하나였습니다. “살아(려)야 한다’는 것.

 

 

<주목해야 할 장면>

 

전쟁 영화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릴 겁니다. 특히 첫 해변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장면이죠. 유혈이 낭자하고 몸이 두 동강 나는 충격적인 영상이 나옵니다. 놀란 감독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의식하며 이 장면을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첫 덩케르크 해안에 병사들이 보이는 장면에서 독일군 비행기가 등장하며 하늘에서 포탄을 투하합니다. 저 멀리서부터 굉음과 함께 폭탄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고 폭발합니다. 도망치던 영국군 토미가 엎드려 있는데 멀리 뒤쪽에서부터 폭발해 오던 것이 바로 앞에서 폭발하며 한 병사의 몸을 하늘로 튀어 오르게 합니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지만 너무나도 실감 나는 사운드와 상황에 관객은 자신이 전쟁터에 내버려진 듯 두려움에 쌓이게 됩니다. 절제된 공포죠.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리며 대비해서 보시면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느끼실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꼽는 장면은 바다에 좌초된 배로부터 영국군을 구하던 중 화재가 나고 화재로 부터 토미를 구하는 장면입니다. 선장 도슨은 좌초된 배로부터 영국군을 구합니다. 근데 바다에는 배에서 유출된 기름이 가득하죠. 이때 독일군 비행기가 기름 바다에 추락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불바다가 되고 바다에 빠져있던 영국 군인들은 불을 피해 바다 밑으로 잠수를 하죠. 숨을 참지 못하게 되자 결국 바다 위로 떠올라 불에 타 죽고 맙니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한 도슨의 배는 비행기 추락에 앞서 그곳을 벗어나죠. 벗어날 때 선장 도슨의 아들 피터(톰 글린카니)는 바다에 빠져있던 한 군인의 손을 잡아줍니다. 토미는 한손을 피터에게 맡긴 채 배가 가는 대로 이끌려 불바다를 벗어나며 겨우 생명을 건집니다.  영화사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자, 영화 [덩케르크]의 시그니쳐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손을 뻗어 잡은 자와 손을 내밀어 잡아준 자. 전자가 잡은 것은 삶이고, 후자가 잡은 것은 희망이죠. 

 

<영화 속 질문>

 

1. 영화 [덩케르크]에는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전투 장면이 없는데요. 놀란 감독은 왜 전투 장면이 없는 전쟁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2. 영화를 보면 군인들의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대사를 아끼고는 있지만, '살리고자 하는 사람'은 그래도 말을 하는 편이죠. 하지만 '살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했을까요?

 

3. 일반적으로 헐리우드의 대작들은 유명 배우를 앞세웁니다. 관객들이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영화 [덩케르크]는 감독 명성이나 예산 규모에 비해 얼굴을 담당하는 대형 배우가 없습니다. 톰 하디가 그나마 유명한 배우인데요. 그 역시 비중이 높지 않고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죠. 게다가 놀란 감독은 신인 배우들을 엄청 캐스팅해서 포진을 시켰는데요. 왜 그렇게 했을까요?  

 

4. 영화 [덩케르크]는 교차편집이 많다고 하였는데요. 3개의 시간 개념이 존재한다고는 하나, 영화를 보게 되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맞물리는 듯, 시간 흐름 상 앞에서 보여주었던 상황이 다시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편집 상 매끄럽지 않은 듯 튀는 장면이 있는데요. 교차편집의 달인인 놀란 감독이 이를 모르고 했을 리가 없습니다. 의도된 것이라면 왜 그랬을까요?

 

5. 앞서 설명에서 놀란 감독이 실화인 만큼 현실성을 살리려 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전쟁 영화인데 제대로 된 전투 장면이 없고, 유혈 상황도 없다 보니 오히려 비현실적인 것 같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실제 1940년 5월 26일 덩케르크에 유혈 상황이 없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놀란 감독은 현실성을 높이려 하면서 왜 오히려 이런 비현실적인 듯한 전쟁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6. 도슨 선장이 구해준 군인(킬리언 머피)은 영화 속에서 이름이 없습니다. 그냥 '떨고 있는 병사'로만 표기되어 있죠. 일반적으로는 모든 영화에서 조연이라 할지라도 배역의 이름이 있는데요. 왜 놀란 감독은 이 병사에게는 이름을 주지 않았을까요?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영화 밖 질문>

 

1.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다수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과학 발전, 인구 조절, 문제 해결 등 전쟁의 순기능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서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상하면서 이야기 나눠보세요.

 

2. 내가 만약 토미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요?

 

3. 내가 만약 도슨 선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요?

 

4. 내가 만약 파이어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요? 특히 본국으로 돌아갈 연료가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덩케르크의 영국 군인과 민간인 배를 지켜주기 위해 끝까지 싸울 수 있었을까요?

 

5. 도슨 선장이 구해준 군인이 있죠. 영화상 군인들의 심리를 보여주기 위한 인물 설정일 텐데요, 그는 자신만 살겠다고 몸부림치다 배은 망덕하게도 도움을 주러 온 조지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당신이 만약 그 군인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같은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요?

 

6. 영화 [덩케르크]를 보면, '이제는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하다가 죽음을 당하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꼭 전쟁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서는 여러 위험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죠. 우리 주변에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어떤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요? 

 

7.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상상해보죠.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화재, 재난, 테러 등등 각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고,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 같은지 상상하며 이야기 나눠보세요.  

 

8. 전쟁이 났다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 가요? 누구를 선이라고 말할 수 있고, 누구를 악이라 말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세요. 만약 전쟁이 난다면 어떤 상황에서 인간이 선함을 잃게 될지 상상해보아요. 그리고 선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 나눠보세요.

 

* 플러스 상식 – 흥남철수 작전

 

6.25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많은 피해를 입은 국군과 유엔군은 1950년 12월 원산이 적중에 넘어가 퇴로가 차단되자 흥남 해상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산에 주둔해 있던 미 제3사단도 중공군이 남쪽의 퇴로를 막아 이곳으로 이동해 왔죠. 이때 집결 병력이 10만 5천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1950년 12월 9일 맥아더 원수의 철수 명령이 하달되자 흥남철수작전이 개시되었습니다. 12월 11일부로 미 제1해병사단의 병력과 장비가 탑재되기 시작하여 같은 달 14일 선적이 완료되었으며, 같은 달 15일 흥남부두에서 출항하였습니다. 이후 유엔군 부대와 국군 제1군단이 12월 23일까지 흥남철수를 완료하였죠. 미 제10군단장 알몬드 장군은 처음에는 6백만 톤이나 되는 무기와 장비를 수송해야 했기에 피난민 수송이 어렵다고 하였으나, 국군 제1군단장 김백일 장군과 통역인 현봉학의 설득으로 마지막에는 남는 공간에 피난민 수송을 허락하였습니다. 피난민 승선이 허락되자 부두는 아비규환의 수라장으로 변하였죠. LST 한 척에는 정원의 10배가 넘는 5천여 명이 승선하였지만, 30만의 인파 중 마지막까지 배를 탄 피난민은 9만 1천여 명이었습니다. 피난민 승선으로 4백 톤의 폭약과 차량, 장비 등 5백 60만 톤의 장비는 버려졌습니다. 흥남철수작전은 여러 가지 기록을 남긴 역사적 사건입니다. 10만 명이 넘는 병력과 17,500대의 각종 차량, 35만 톤의 물자를 함정으로 완전하게 철수시킨 기적적인 작전이었죠. 흥남철수작전은 대규모적인 육해공 합동작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으로 국군과 유엔군은 상당한 전투력을 보존해 훗날 작전을 재개하는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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