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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 삼천지교

잘못 꾸며진 통합과학 교재 - 속히 개선되어야 [ 한국과학문화교육단체연합회 이사장 진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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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기 ]
  지난겨울 방학 중에 일어난 일이다. 곧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할 예정인 손자 승언이가 중3 과학 자습서를 들고 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할아버지와 과학공부를 하겠단다. 가끔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 또는 학생/학부모 혼합반을 위해 강연을 해온 터였고, 승언이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으므로 호기심이 일었다. 


  서둘러 중등과학 교재와 자습서를 들춰보았다. 역시 걱정하고 있던 대로였다. 몇 년 전 교재 내용 초안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적한 내용들이 조금도 바로잡아지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교육부는 2015년 개정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통합과학교육의 실시였다. 흔히 21세기는 융합시대라 부른다. 그에 부합한 교육이 필요함은 너무나 당연한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융합교육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미국에서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융합 교육이 강조되어왔고(그러나 그 확산 정도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STEAM(STEM에 A(Arts: 예술)을 더했다.) 교육의 필요를 강조해 일부 시범학교까지 선발하기도 했다. 얼마나 성공적인지 평가가 있어야겠으나 전체 학교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까닭은 준비가 덜 된 환경에서 실시부터 시도하는 교육행정의 탓 때문이다. 

 

[ 중등과학 3학년 과학교재의 문제점 ]
  앞에서 얘기한 중3 통합과학교재도 예외가 아니다. 제1장 전기와 자기, 제2장 화학반응의 규칙성, 제3장 태양계, 제4장 생식과 발생 등 총 8장으로 엮여져 있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학 내용이 끼어들어 있고, 8장에서는 ‘과학과 인류문명’을 다루고 있다. 전혀 통합이나 융합되지 않은 채로 자연과학 각 분야의 내용이 따로따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제1장 전기와 자기 내용은 완전히 물리내용이고 생물, 화학 등의 내용과 전혀 융합되어 있지 않다. 생체에 전기적 현상이 얼마나 중요하고 화학에 전기 및 자기적 현상과 재료가 얼마나 중요한가!


  제2장 화학반응의 규칙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장의 내용과 조금도 연계되어 있지 않게 짜여 있다. 뿐만 아니라 화학반응이 생체 내 및 우주에서도 일어나며, 생명현상이나 우주 생성에 얼마나 중요하게 관여하는지 한 줄의 연계 설명도 없다. 나머지 챕터 내용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교재로 배우는 학생들이 어떻게 융합적 과학 지식을 터득하고, 융합적 창의력을 키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도 이와 같이 부족한 준비 때문에 중학교 교육은 혼란스러운데 2018년부터는 문‧이과 통합과정을 실행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욕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일부 교사들의 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겠지만, 재교육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교육책임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궁금하다. 대학에서도 융합교육이 제법 논의되고 있으나 융합과학기술내용을 가르칠 교수를 거의 찾을 수 없는 현실이니 답답하기만 하다. 학문 간의 벽이 두껍고 높아지기만 했던 20세기에 전문가 양성에만 전념한 결과가 이런 문제를 불러왔다. 모든 세상일은 복합성을 강하게 띄고 있으나, 그를 대비하기 위한 학교교육은 실행되지 못하고 구시대적 습성을 버리지 못해왔을 따름이다. 


  중‧고교나 대학의 모든 과학 과목을 철저하게 융합적으로만 가르칠 순 없다. 특히 현재로는 그렇다. 그렇기에 우선 기본 소양교육 내용부터 통합교과과정으로 교육시켜 학생들이 과학 전체를 관통해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예컨대 화학공업→오염→환경→독성→의‧약학(건강)의 사슬처럼 과학적 문제를 융합적으로 다루어야한다. 또 과학기술과 사회 사이의 상호작용도 기회가 적합할 때마다 논의해야 한다. 현재는 소위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ies) 내용을 제8장에서 별도로 제법 수준이 높게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그 교육의 효과는 의문시된다.

 

[ 제언 ]
  결론은 간단하다. 하루속히 중등과학 교과내용과 서술을 총체적으로 대폭 바꾸어야 한다. 명실공히 융합과학교육이 가능하도록 융합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흥미유발이 교과내용 전달 못지않게 교육효과에 중요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현 교재내용에서는 어디서도 흥미유발을 찾을 수 없다. 이런 개선을 위한 충분한 사전 준비와 집필진의 엄선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교육의 시행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선행해야 함을 관계 기관은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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