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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헤게모니를 자녀에게 - [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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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미용사 될 거야.”

 

 딸아이가 4살 때 한 이 말에 친정 엄마는 흥분하셨다. 내가 “스타일리스트가 얼마나 멋있는데…”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지 내 머리를 매만지며 노는 일을 못하게 하셨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꿈을 자신이 디자인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지론으로 무장한 채 말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의 꿈은 화가에서 - 한의사(드라마 ‘대장금’을 보면서) - 치과의사(치아 교정을 하면서) - 초등학교 선생님(4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좋아하면서) - 작가(이유는 모르겠지만 소설을 쓰겠다며) - 중학교 수학 선생님(수학에 재미를 붙이면서) 까지 진화했다. 아마 앞으로도 딸아이의 ‘꿈 라벨’은 더 많이 달릴 것이다(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과학기자는 직업상 과학자를 만날 기회가 많다.

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은 어떤 계기로 과학자란 진로를 갖게 됐을까하는 물음이 생겼다. 국내 최고의 과학상(한국과학상,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한 과학자 30명을 인터뷰하며 ‘과학자의 진로선택과정에서 드러난 부각요인’이란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의문점을 하나하나 해소했다. 성공한 과학자들이 진로를 선택하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점과 사회적인 전망을 고려한 점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물리학자의 경우 사회적 전망보다 물리학이 자신에게 맞기 때문에 선택한 경향이 강했으며 화학자나 공학자는 사회적인 전망을 더 중요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이 뭘 잘 하는지, 못하는지, 무엇에 더 흥미를 느끼는지 고려했다. 자신을 메타인지적으로 평가했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진로 선택은 인생에서 배우자 선택만큼이나 중요하다.

많은 경우 대학 선택을 진로선택으로 동일시하기도 하지만 인생의 지도를 그린다는 관점에서 보면 진로선택을 더 큰 목표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예전에 딸아이 친구 엄마들과 이야기 할 때 놀란 적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자신의 딸은 ‘공부 머리’는 아니니까 미술을 시킬 것이라며 수학에 투자는 안 할 거라는 이야기였다. 필자가 놀란 점은 두 가지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가 딸아이의 진로를 결정했다는 사실과 미술을 시킬 거니까 수학은 제쳐두겠다는 태도였다.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자녀들의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에, ‘내가 그래도 경험이 있는데’하는 마음에, 인생의 지름길을 확신하며 자녀의 미래를 재단하는 경우는 흔하다. 자 여기 커다란 종이가 한 장 있다. 그림을 그려도 되고, 종이 접기를 해도 되고, 비행기를 만들어도 되고, 시를 써도 된다. 그런데 카드를 만들 요량으로 균일하게 사각형으로 오려버린다면 어떨까. 카드로 뭔가를 할 수도 있지만 이미 크기와 모양이 정해진 카드로는 제한이 너무 많다. 결정의 순간을 미뤄보는 지혜를 가져보자는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  그 결정의 헤게모니를 자녀에게 돌려줘야 한다. 

과학동아에서 2년간 기획해 ‘10년 후 나를 디자인한다’ 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젊은 이공계 파워엘리트들 50명이 직업을 선택하기 까지 어떤 나침반과 전환점을 가졌는지 분석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의 비전과 어려운 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연극반을 만들고, 학급 문집도 만들어보고, 캠코더로 다큐멘터리를 찍어 본 그는 커서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신문 배달, 군고구마 장사로 ‘뼈 빠지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로운 상황에 도전하는 법을 익힌 그는 로레알코리아의 트렌드 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 배를 만들고 싶은 여고생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여성 불모지인 한국 조선공학계에서 최초의 여성박사가 된 그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선형설계 분야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이들을 인터뷰한 과학기자 8명과 ‘젊은 그들’이 그려낸 인생지도를 가만히 보면서 ‘그들의 힘’이 무엇인지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의 특징은 열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이고 이 에너지의 근간은 자신이 선택했다는 ‘인생의 주인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모처럼 공부하려고 책상 정리를 하던 자녀가 “공부 좀 해라”는 엄마의 한마디에 TV 앞에 앉아버리는 경우는 흔하다. 자신의 선택적 지위를 박탈당한 분풀이를 하는 셈이다. 부모가 된 우리도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은 쉽게 동의할 수 있지 않은가.‘똑똑한 애가 성실한 애 못 당하고, 성실한 애가 저 좋아서 하는 애 못 당한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그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다. 쉬운 말 같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 자, 그럼 이제 본인이든 또는 자녀의 경우로 생각을 해보자.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해 써보자.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써보자. 그런 다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겹치는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행복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 이글은 2008년 7월 (구)삼천지교 교육칼럼에 게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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