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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칼럼

식생활에 숨겨있는 문화유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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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넬 화학 감각 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가 있다. 이 연구소는 인간이 선호하는 맛과 냄새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다양하게 수행한다는 점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생심리학 및 유전학자인 줄리 메넬라(Julie Mennella) 박사는 산모의 평소 식습관이 유아가 좋아하는 냄새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다가 재미난 현상을 발견했다. 즉, 임신 중 규칙적으로 마늘이 들어있는 음식을 섭취한 산모의 아이가 마늘향이 나는 딸랑이 장난감을 그렇지 않은 장난감보다 선호한다는 사실이었다.

줄리 메넬라(Julie Mennella) 박사

 

식생활이 문화유전의 중심

 

인간의 시력은 생후 3년이 지나야 충분히 발육된다. 시력 발달에는 꽤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아기들이 제법 커서도 시력이 발달되기 때문에 익숙지 못한 물건이나 사람의 모습을 보면 비죽이는 모습을 한다. 시력발달에 따른 낯선 모습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미 그 기능을 발휘한다. 태아는 임산부가 먹거나 마시는 식품과 음료에 들어있는 방향성 화합물을 양수를 통해 검출하는 능력을 갖게 되며, 또 그에 익숙하게 된다. 다시 말해 태어나기 전부터 태아가 음식 풍미와 친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앞에서 마늘향에 익숙한 유아 얘기를 한 바 있다. 유사한 연구를 확장해 알코올부터 홍당무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광범위한 풍미에 대해 유아의 반응을 조사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유아가 산모의 다이어트에 포함되어 있는 풍미를 선호함을 확신하게 되었다. 산모가 섭취하는 음식물이 포함하고 있는 향미성분이 모유뿐만 아니라 산모의 체취에도 섞여있기 때문이다. 이런 향미는 음식물의 영양가와는 무관하다. 산모가 사용하는 향수-영양과는 무관하다.- 성분이 주는 냄새에 유아는 저절로 익숙해진다.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 있는 왕립 산부인과 병원은 임산부의 식생활이 출산아이들의 식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하였다. 놀랍게도 출산 전인 임산부시절 생마늘이 들어있는 식사를 일주일에 서너번 한 산모의 아이들은 꽤 자란 후(8-9세)에도 마늘맛이 나는 감자요리를 좋아했으나, 그렇지 않은 산모의 아이들은 훨씬 덜했다.
프랑스식 식사를 즐겼던 산모의 자녀들은 프랑스식 식사를 선호하고, 일식을 선호했던 산모들의 자녀는 화식을 즐기는 것은 이미 태아시절부터 시작해 유아기에 익숙해진 향미를 찾아가는 식생활을 식생활 문화의 유전적 계승이라 보아도 될 듯하다. 물론 유전자적 얘기는 아니며, 습관적 선호성의 발현이라 보아야 하겠다. 김치없이 못사는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이 줄어드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식생활의 서구화를 반영하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임신기와 모유 수유기에 산모가 다양한 음식을 즐기면 아이도 이들 향미와 친해져 그렇지 않았던 산모의 아이보다 편식할 확률이 훨씬 적었다. 그리고 낯선 향과 맛을 가진 음식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적어 이러한 음식도 더 즐기게 된다. 인간은 새 것을 경계하는 네오포비아(neophobia)성을 갖고 태어난다. 또한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은 조유(formula)를 먹고 자란 아이들보다 새로운 음식을 더 잘 먹는다고 한다. 조유는 산모가 먹는 음식의 향미에 비하면 그 다양성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커서도 어린시절 먹던 향미를 좋아해

 

지난 1960년, 1970년대에 독일에서는 신생아 조유에 바닐라향을 첨가하였다. 이런 조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된 1990년대에 이들이 아직도 바닐라향을 좋아하는지를 다시 조사했다. 놀랍게도 바닐라향 조유를 먹고 자란 성인들은 모유를 먹고 자란 사람들보다 바닐라향 케첩을 두 배 이상이나 더 좋아했다.
태아, 유아, 어린 시절 때 노출되었던 향미와 부모 특히 산모의 식생활 습관이 훗날 청소년기는 물론이고,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식생활에서도 그 선호도를 좌우한다는 과학적 관찰은 식품개발회사들에게 큰 암시를 준다.
개인 맞춤형 다이어트 플랜이 우리들의 관심을 더욱 끌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들이 성장과정에서 경험한 식생활의 역사가 식품회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같은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 개발에도 크게 영향을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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